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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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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박건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8-18
조회 44738
우울증
 
박건우 교수(고려대학교병원 신경과)
 
찬바람이 불면 가장 많이 병원에 가는 이유가 감기 증상 때문이다. 사실 감기에는 특별한 약이 없다. 잘 쉬고 잘 자면 스스로 증상이 없어진다. 그런데 이때 우리의 몸을 쉬지 않고 혹사하거나 잠을 안자거나, 술을 마셔 면역력이 떨어지면 폐렴이나 뇌막염등의 큰 병으로 발전한다. 그렇다면 마음의 감기라는 우울증은 어떤가?
 
누구나 우울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 너무나도 경쟁적인 한국사회에서 항시 웃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다들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매일 뉴스를 보면 이 사회가 너무나 부조리의 온상이고 너무나 무서운 사람이 많고,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반복된다. 청년이 일자리가 없고, 치매노인을 모시는 가족의 자살 이야기가 나오며, 왜 그리 유명한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지.... 뉴스만 듣고 있어도 스트레스가 쌓이고 우울해 진다. 마음의 여유를 잃은 이 세대는 이렇게 우울의 감기가 걸려도 힐링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세상의 비난과 나의 잘못은 나날이 커져가기만 한다. 그렇다면 나는 우울증에 걸린 것인가?
 
우울증이란 기분이 지속적으로 우울하고, 기쁨을 못 느끼는 상태가 지속되는 마음의 병이다. 이러한 기분이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면서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잠을 제대로 못자고, 음식 맛이 떨어지면, 심한 죄책감에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태가 거의 매일 하루 종일 반복이 된다면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심한 우울증 상태에 빠지면 누구의 충고도 위로도 들리지 않는다. 죽음이 오로지 해결 방법이라는 생각만이 들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따라서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친구가 있다면 반드시 전문적 치료를 받도록 권유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여야 한다.
 
치료를 받으면 우울증이 좋아지나? 최근 우울증 증상을 치료하는 약제들이 개발되면서 우울증을 제대로 발견하여 치료하면 사회로 복귀 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게 되었다. 심한 우울증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우울증에서 치료되면 거의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왜 내가 그렇게 극단적인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리고 치료에 대해 긍정적 생각을 가지게 된다. 우울증이 약에 의해 치료된다는 것은 몇 가지 시사하는 면이 있다. 첫째 우울증은 정신의 문제로만 보는 것 보다는 뇌의 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누구나 우울 할 수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여 우울증을 키우는 것 보다는 적극적 치료를 권하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약은 심한 상태를 나아지게 할 수는 있어도 우울증의 원인을 없앤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약에 대한 절대적 맹신도 위험하다.
 
우리나라 사망률 원인의 1위가 암, 2위가 뇌졸중, 3위가 심장질환 그리고 4위가 자살이다. 소위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자살률이 높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우울한 사람에게 다가가 한마디 말을 건네주고 지나치는 것 보다는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치료를 하게 하는 것이다.
 
마음만 가지고는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없다. 상처를 싸매고, 돌보아 주도록 치료를 요청하는 적극적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에서 버림받았다는 마음에 죽기만을 바라는 우울증에 빠진 치매 가족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진정한 이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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